6년 반 만에 남친이 생겼습니다 만화

6년 반 만에 남친이 생겼습니다 - 드디어 만난 소중한 상대

성별이 남자인 친구 A는 20대 초반 첫 연애를 했다. CC였다. 미모의 여자친구는 성실하고 착했다. A도, 여자친구도 서로 아끼며 예쁜 사랑을 가꿔 나갔다. 하지만 A가 군대에 가면서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용투사'라 자주 밖에 나왔지만 'OOSOOM'이라고, 여자친구는 조금씩 그가 없는 생활에 익숙해졌다. 어느날 그가 외박을 나왔을 때 여자친구가 이별을 고했다. A는 '일단 오늘은 집에 보내고, 조금씩 마음을 되돌려 봐야지'라고 생각했다.

일이 그렇게 되려고 그랬는지, 공교롭게 그가 복귀하자마자 부대에 사건이 터졌다. 자살자가 나온 것이다. A는 한 달간 밖에 나오지도, 연락도 못 했다. 일이 마무리됐을 땐 이미 되돌리기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2년간 쌓아 온 사랑은 그렇게 과거 일이 됐다. 여자친구는 얼마 후 다른 사람과 사귀기 시작했다.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A는 여자친구를 잊을 수가 없었다. 2년간은 여자친구가 꿈에 자주 나왔다. 4년쯤 지나자 조금 희미해진 느낌이 들었다. 5년째부터는 일상생활을 할 때 생각이 나지 않게 됐다. 그리고 6년이 지났을 때, 소개팅을 했다. 그는 몇 차례 소개팅 끝에 마음이 맞는 상대를 만나 '두 번째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지금 그는 간만에 찾아온 사랑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것은 전부 (A의 허락을 득해 적는) 실화다. 2004년 이래 12년간 한 번도 남자친구(일부 관계는 연인 관계가 아니었므로)가 없었던 적이 없었던, 성별이 여자인 다른 친구 B가 A에게 물어봤다. "기분이 어때?" "너무 행복해. 너무 소중해." A는 지금 여자친구에게 진짜 잘하고 있다. 그의 여자친구는 팔불출처럼 "내 남자친구가 최고!"라는 말을 A의 친구들 앞에서도 스스럼없이 하고 다닌다.

기다림 끝에 찾아낸 상대의 소중함.

이별한 사람들에게 흔히 건네는 조언은 "사랑은 사랑으로 잊으라"는 것. B는 그 조언을 충실히 따르는 타입이다. 너무 충실히 따른 나머지 기간이 종종 겹치기까지 한다. B는 도무지 외로운 것을 견디지 못한다. N번째 남자친구가 소홀한 기미가 보이면 (N+1)번째 남자를 만든다. Nth 남친이 다시 그녀를 잘 붙잡으면 그녀는 (N+1)th 남자를 정리하고, 그렇지 못하면 (N+1)th 남친을 만드는 식으로 어수선한 연애를 해왔다(B가 악마는 아니다. 그녀의 남자들에게는 악몽이었겠지만).

B가 문득 A의 모습을 보며 부러워했다. "정말 좋아보여. 난 저렇게 전심전력으로 사랑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연애를 함에 있어서 특정한 방식이 가장 좋다고 말하긴 어려울 터다. 하지만 A의 모습을 지켜보면, 그리고 B의 씁쓸한 독백을 들으면 기다림도 고생스럽기만 한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6년 반 만에 남친이 생겼습니다》는 제목에도 드러나 있듯 그런 '기다림'에 관한 책이다.

"남친과 함께 크로아티아로 여행을 다녀와서 좋았어!"가 아니라 "나에게도 이제 문자를 보내는 사람이 있어"다.
"남친과 끝내주는 섹스를 했어~"가 아니라 "알몸으로 끌어안는 건 역시 기분 좋구나"다.

6년 반만에 남자친구가 생긴 29살(책 속에서 30살 생일을 맞는다) 미야타 나츠코의 마음 상태는 무척 간절하다. 상대방의 작은 친절에도 감동하고, 사소한 틀어짐에도 괴로워한다. 그 '어리고 유치한' 모습이 정감어리고 귀엽다.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의 33살(한국 나이로는 아마 34세나 35세일 것) '처녀' 아오이시 하나에의 좌충우돌을 보며 아사오 씨가 "서른 넘은 여자가 처음 사랑에 빠진 모습을 보는 건 재밌어-"(정확한 워딩은 아님)라며 웃었던 것도 이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일 것 같다. 나이와 관계없이 경험이 적으면 역치가 낮기 마련이다.

미야타가 남자친구에게 저자세를 취하는 점이 살짝 거슬린다. 남자친구의 눈치를 과도하게 보는 여주인공이 상당수의 일본만화에서 관찰되는 만큼, 꼭 간만에 연애를 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책 속에서 결코 얼굴이 나오지 않는 남자친구가 미야타를 덜 사랑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슬프다. 사귀고 나서 여자친구가 처음 맞는 생일인데, 게다가 서른 살 생일인데 날이 지나고 나서야 전화를 하다니. 미야타의 성격이 소심한 것도 옥의 티다. 이 여자는 웬 짜증이 이리 많아….  

어쨌든 두 사람의 사랑은 훈훈하게 결실을 맺는다. 맨 마지막 두 에피소드가 사랑스러운 대미를 장식한다. 아픈 미야타를 간호하러 온 남자친구의 이야기와, 그리고 두 사람의 해피엔딩을 암시하는 결말(스포를 한 것 같지만 이 만화는 제목부터가 아침드라마처럼 알고 보는 장르 같아서).
 
정말이지, 기다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덧글

  • 이든 2016/02/24 17:07 # 답글

    리뷰가 정말 재미있어요
    친구분들 이야기가 현실적이라 확 와닿네요
    이책 한번 꼭봐야겠네요:)
  • 스카이엔젤 2016/02/24 18:01 #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은 되게 빨리 읽힙니다. 서점에서 서서 볼 수 있을 정도지만 랩핑이 되어 있는 게 함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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